사실 뭉실 할아버지가 사는 곳은 패브릭 소파의 깊은 틈 사이다. 할아버지와 그가 반갑게 인사하는 작은 아이들의 정체는 둥글게 뭉친 먼지. 청소기의 강력한 바람이 소파 안을 들쑤셔 모두가 빨려 들어가는 위기의 순간, 뭉실 할아버지는 분실물 보관소에서 빌려온 커다란 종이를 펼쳐 농협대학정시 흡입구를 막아 버린다. 청소기 입구를 막은 건 오래된 가족사진. 집주인이 “이게 여기 있었네” 미소를 짓는 사이, 할아버지와 아이들은 다시 소파 틈으로 숨는다. 먼지, 장난감, 막대사탕 등 온갖 물건이 뒤엉킨 소파 틈새를 재밌는 상상력으로 풀어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