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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17일 경찰을 괴롭게 한 사나이 [오래 전 '이날']
  글쓴이 :      날짜 : 19-07-17 17:46     조회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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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이 티셔츠를 기억하십니까
■1999년 7월17일 신출귀몰 ‘전설의 탈옥수’ 검거

기억나십니까. 매직아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이 현란한 무늬의 쫄티. 한때 짝퉁까지 나올 정도로 유명세를 타 일명 ‘○○○ 쫄티’라고도 불렸죠.

네, 그렇습니다. 이 사진의 주인공은 강도치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감방 화장실 쇠창살을 자르고 나온 ‘전설의 탈옥수’ 신창원입니다. 그가 전설이 된 건 탈옥 자체보다는 2년반 동안 경찰을 6번이나 마주치고도 도망자 생활을 이어간 신출귀몰 행적 덕분이었죠. 도망다니던 중에도 절도와 강도, 강도강간 등 무려 142건의 범죄를 저지르고 다녔는데요. 2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신창원 검거 소식과 뒷이야기가 1면과 네 개 면에 걸쳐 자세히 실렸습니다.

1면 톱에 실린 ‘신창원 잡았다’라는 기사에 따르면, 이날 검거는 가스점검원의 신고 덕분이었습니다. 경찰이 들이닥치자 저항하지 않고 순순히 검거에 응했던 신창원은 외제 티셔츠와 짧은 바지를 입고 수염을 깎은 상태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담담하다. 편안하다”고 심경을 밝혔다죠. 경찰은 그의 집에서 골프가방 3개에 나눠 들어있던 도피자금 1억8130만원과 흰색 소나타Ⅲ 승용차, 일기장 등을 압수했습니다.

1999년 7월17일자 경향신문 1면
검거 상황도 드라마 같았다고 합니다. 신고전화가 울린 건 오후 3시 40분. 그로부터 45분 뒤 경찰은 주변도로와 아파트 출입구를 봉쇄한 채 신창원이 있던 104동을 에워쌌습니다. 무장경관 2명이 아파트 정문에, 3명은 2층 앞 베란다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작전계획. 경찰은 일단 아파트 현관문을 두드렸는데, 안에서는 응답이 없었습니다. 경비실에서 인터폰을 걸었지만 역시 묵묵부답. 10여분간 침묵과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수사관들은 신창원이 또 달아난 게 아닌가 하는 불안했다고 합니다.

오후 5시. 가스배관을 타고 베란다로 올라가 대기하던 형사 3명은 열려 있던 창문으로 집안에 진입했습니다. 우당탕 소리에 안방에서 나오던 신창원은 권총을 쥔 형사에게 멱살을 잡힌 채 소파로 쓰러집니다. 그는 “나 창원이에요, 도망치지 않을게요”라며 순순히 검거당했습니다. 형사대는 그의 윗옷을 벗겨 등짝 가득 피어있는 장미와 사슴 문신부터 확인했다고 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견된 신창원의 흰색 쏘나타Ⅲ 승용차 안에는 생선회 칼과 쇠톱 등 각종 흉기와 옷, 책, 10만원짜리 수표 등이 널려 있었고, 트렁크에는 훔친 자동차 번호판 27개가 있었다고 합니다. 차 안에 여러 권의 책이 있었는데, ‘삶은 수채화빛 사랑입니다’ ‘흘러간 팝송 대백과’ 등과 함께 ‘창작과 비평’ ‘딴지일보’까지 있었다네요. 관심사가 상당히 넓어보이죠.

1999년 7월17일자 경향신문 3면
경찰은 그의 ‘신출귀몰’ 행적의 비결로 격투솜씨와 ‘생활력’과 지형지물 숙지력 등을 꼽았습니다.

신창원은 무술경관 2∼3명을 거뜬히 상대할 수 있는 ‘괴력’이 있었다 합니다. 유도 2단, 태권도 4단인 두 경찰관과 15분간 격투를 벌이고 도망을 갔고, 왼손목에 골절상을 입어 깁스를 하고 발목이 불편한 상태에서 경찰관 2명과 싸워 권총까지 빼앗아 갔다네요. 신창원은 도피 중에도 몸 만들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검거 당시 머물던던 집에서도 여러 개의 체력단련 기구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생활력’이란 표현도 눈에 띄는데요. 지형지물에 강하고 남다른 절도실력로 폐차장에서 훔친 자동차 번호판을 훔친 자동차에 달고 다녀 검문을 피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생활력이 아니라, ‘도피생활력’이라고 봐야겠네요.

지도로 본 신창원의 도피행적
그는 변장의 달인으로도 불리죠. 검거 당시 신창원의 모습은 뒷머리를 말끔히 깎은 모습이어서 한 달 전 충남 천안에 나타났을 때의 장발 상태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신창원은 경찰과 마주칠 때마다 모습이 달랐습니다. 앞머리가 좀 짧고 안경을 썼던 적도 있었고, 뒷머리가 어깨에 닿을 만큼 길었고 매우 야위었던 적도 있었죠. 덕분에 경찰이 컴퓨터로 합성한 30가지 몽타주도 무용지물이었죠. 검거 당시 형사가 옷을 벗겨 등의 문신을 확인한 것도 몽타주와 달라서였다고 합니다. 당시 이웃 주민들도 “그저 잘 생긴 청년이 이사를 왔구나 생각했는데 신창원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놀라워했다네요.

신창원은 도피 중 다방, 술집 등 유흥가 여성들과 사귀며 은신처를 제공받았습니다. 멀끔한 외모와 함께 절도로 마련한 금품으로 환심을 샀다고 하는데요. 다만 짧은 동거였기 때문에 집에는 결혼사진이 없었겠죠. 신고자는 그 점이 이상해서 신창원이 아닐까 의심했다고 합니다. 1999년 7월17일 경향신문 18면
당시 경찰은 신창원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전국의 600여개 검문소와 95개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검문했고, 술집, 식당, 다방 등 유흥업소를 1081만 번이나 탐문했다고 합니다. 전국에 뿌린 수배전단도 500만장에 육박했고, ‘신창원을 봤다’는 112 신고도 6000건이 넘었죠. 신창원을 놓칠 때마다 옷을 벗거나 징계를 당한 경찰도 57명에 달했습니다. 덕분에 ‘경찰 인사는 신창원이 한다’는 말까지 나왔죠.

신창원은 10년 뒤 옥중에서 법 공부를 하더니 국가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해 승소합니다. ‘언론사로 보내는 편지가 불허됐다’, ‘수감 중 디스크 치료를 제때 받지 못했다’ 등의 이유로 제기한 소송을 통해 그는 수백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아냈습니다.

2011년에는 감방에서 자살을 기도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달 전 부친의 사망과 연관됐을 거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얼마 뒤에는 교도소 행정에 대한 불만을 담은 편지를 외부로 보냈다는 내용도 알려졌습니다.

이듬해에는 신창원이 감옥에서 쓴 수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면서 그 내용이 화제가 되는데요. 그의 수기 중에는 도주 중 경찰서에 찾아가 동거녀 오빠의 폭행사건 합의를 받아내고, 감자탕집에서 경찰과 옆자리에 앉아 함께 자신의 탈옥뉴스를 본 뒤 경찰의 밥값을 치렀다는 내용이 나온다고 합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만, 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해도 ‘내가 겪었네’ 말할 수 있는 경찰은 없을 듯하네요. 여러 모로 경찰을 괴롭힌 범죄자 중 한 명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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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뉴스부기자 on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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