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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 갔던 일터가 죽음의 장이 돼선 절대 안 된다. 피할 수 있는데 피하지 않았다던지, 지출해야 할 비용을 아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사회적 타살이다. 필요하면 관련법 개정을 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12일 국무회의에서 "이번에는 반드시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뜯어고치도록 해야겠다"며 중대재해 발생 건설사의 시공사 입찰 자격을 영구 박탈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대형 건설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받은 사례가 단 학자금대출 승인 1건도 없다. 기업들이 안전 비용을 꼭 확보할 수 있게 과징금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덧붙였다.
최근 잇따른 산업재해를 계기로 이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특히 올해 중대재해가 잇달아 발생해 이 대통령이 8월 6일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제한 등을 가장 먼저 언급 새봄적금 한 포스코이앤씨, 8일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일어난 DL건설 등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정부 "면허 취소·공공입찰 제한·과징금 도입 검토"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4월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 리드코프 무직자 장 붕괴사고 및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7월 29일 경남 함양~울산 고속도로 공사 현장 끼임사고 등으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8월 4일 또다시 경기 광명 옥길동 광명~서울 고속도로 연장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의 남성 근로자가 감전 추정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에 5일 정희 육아비법 민 포스코이앤씨 대표가 잇따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8월 6일 반복적으로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건설면허 취소, 공공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는 건설면허 취소(등록 말소)와 공공입찰 일시상환금액 금지에 관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국토부는 2022년 3월 광주 화정 아파트 건설 현장 붕괴사고 이후 부실 사고나 불법 하도급으로 시민 3명 혹은 근로자 5명 이상이 사망하면 지자체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곧바로 등록 면허를 말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제도의 취지는 부실시공, 구조물 문제에 따른 사망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기에 포스코이앤씨에 적용할 수 있을지는 검토가 필요하다.
건설면허 취소는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 징계다. 지금까지 유일한 면허 취소 사례였던 동아건설산업의 경우 1994년 성수대교 붕괴로 이어진 부실시공이 이유였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 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포스코그룹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포스코이앤씨가 실제 면허 취소나 영업정지 같은 징계를 받을 경우 그룹 전체의 프로젝트 지연과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주택·아파트 시공 외에도 그룹 내 포항·광양제철소의 각종 인프라 및 플랜트 공사를 담당한다. 제철소 고로(용강로) 개수 작업이 대표적이다.
개수는 고로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불을 끄고 생산을 중단한 채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건설산업기본법상 산업설비 설치·수선에 해당해 건설면허 대상 공사로 분류된다. 현재는 지난해 11월 화재사고로 운영이 중단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 개수에 들어간 상태이며, 광양제철소 제2고로 부분 개수 또한 내년 3월 완료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문제는 제철소 정비는 대체 불가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이다. 사업장마다 설비 구조와 조건이 달라 타사 지원이 사실상 불가능해 포스코이앤씨 외에는 대체 기업이 없다. 포스코이앤씨는 현재 '안전 최우선 경영'을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으며, 국민적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인프라 사업 분야 신규 수주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전 대표(왼쪽)가 7월 29일 포스코이앤씨 송도사옥에서 공사 현장 사망사고와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한 후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추락 사망사고 DL건설 대표·임원진 일괄 사표DL건설은 8월 11일 강윤호 대표이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 현장소장, 팀장 등 80여 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8일 경기 의정부에서 발생한 아파트 공사 현장 추락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차원이다. 이 대통령은 휴가 복귀 첫날인 9일 이 사실을 보고받은 후 모든 산재 사망사고를 대통령에게 직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고 직후 DL건설과 모회사인 DL이앤씨는 전국 120여 개 현장 공사를 중단한 후 안전 점검을 진행했다.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4월까지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사업장은 대우건설(총 12명)이었다. 8월 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와 현대건설(각 11명), 롯데건설과 DL이앤씨(각 9명), 한화와 한화오션, 현대엔지니어링, 한국철도공사(각 7명), 계룡건설산업(6명)이 그 뒤를 이었다.
10대 기업 중 한전, 한화오션,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제외하면 모두 건설사다.
이한경 기자 hkle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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