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2-12 11:57
47개 혐의…‘사법농단 정점’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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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첫 ‘직무관련 범죄’ 법정에

재판거래·인사개입 의혹 핵심 혐의

박병대·고영한은 불구속 기소

임종헌 ‘법관 블랙리스트’ 추가기소

검찰 “이달중 연루 법관들 기소 결정”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왼쪽)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구속기소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검찰이 11일 양승태(71)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하고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을 불구속기소했다. 사법부 서열 1·2위로 꼽혔던 전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직무와 관련한 범죄 혐의로 퇴임 뒤 법정에 서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검찰은 이달 안으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 수십명에 대한 기소 및 비위 통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6월18일 시작한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는 8개월 만에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 공무집행 방해,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국고손실 혐의가 적용됐다. 296쪽에 이르는 공소장에 적시된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사실은 47개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두 전직 대법관, 추가 기소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 등 4명이 공범으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핵심 혐의는 2013~16년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박근혜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서만 8개의 범죄 혐의를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했다. 2013~2017년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정책 등에 비판적인 판사 16명(중복 31명)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거나 검토했다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공소장에 주요하게 담겼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 검찰 수사 당시 판사 비리가 추가로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해 양 전 대법원장이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영장전담부장판사를 통해 153쪽에 달하는 수사보고서 등의 사본을 만들어 보고하라는 지시를 한 혐의도 포함됐다.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잇달아 법원행정처장을 맡아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 개입 및 사법행정권 남용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게 2011~2016년 고등학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19차례에 걸쳐 형사사법정보를 무단 열람한 혐의를 따로 적용했다.
검찰은 사건의 중대성과 규모 등을 고려해 이 사건 수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들이 직접 법정에 나가 공소유지를 하기로 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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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때도 '일왕 사죄 발언'…한일관계 냉각 계기
2015년 위안부 할머니 美법원에 소송 제기하기도
韓 "피해자 중심의 접근에 따른 진정성있는 자세 말한 것"
△2019년 1월 28일 신년사를 하는 아키히토 일본 국왕[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장영은 기자] “일왕(일본에서 천황)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인터뷰 발언으로 일본 열도가 발칵 뒤집어졌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문 의장을 향해 “발언을 조심하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외무성 부대신(차관)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서 “(문 의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간과할 수 없다”며 일본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문 의장장은 블루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범죄 주범의 아들(이 일왕) 아니냐”면서 “일왕이 (사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왕의 사과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일왕에 대한 사과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2012년 8월 14일 광복절 하루 앞서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고 싶으면 독립운동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일본 사회의 엄청난 반발을 낳으며 한일 관계가 급격히 경색되는 결과를 낳았다. 당시 일본 국회는 여야 만장일치로 “우호국의 국가 원수의 발언으로서는 지나치게 무례(非禮)해 용인할 수 없다”는 내용이 결의안을 채택했고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우호적인 이들조차 이 같은 발언이 무지(無知)의 소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본정부의 과거사 사과 문제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열려있는 일본 공산당 역시 “(현재) 천황(일왕에 대한 일본 헌법 공식표현)은 헌법상 정치적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천황에 식민지 지배 사죄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에 대해 식민지 지배 청산을 요구하는 것이면 몰라도 일왕에 대해서 사죄를 요구한다는 것은 애초에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현재 일왕은 국정에 대한 권리도 책임도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패전국으로서 받아들인 ‘평화헌법’에 따라 일왕은 국가의 상징에 그칠 뿐이다.

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왕의 사과는 식민지 시대 범죄 행위에 대한 진정한 사과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위안부 피해자 유희남·김경순 할머니는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일왕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미쓰비시·도요타·산케이 신문 등 20여개 기업들을 상대로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소송은 기각됐고 두 할머니는 소송의 끝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소송을 대리한 김형진 법무법인 세정 미국변호사는 “일본 정부에 소장을 전달했지만 수령을 거부했다”며 “하지만 당시 정작 재판에서는 현지 로펌 변호사를 기용하는 등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사과 요구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7월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사과와 관련해 한국에서는 “필요하다”는 응답이 90.9%(“필요 없다” 7.9%)로 압도적이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필요 없다”는 대답이 77.0%(“필요하다” 14.0%)로 절반을 훨씬 넘었다. 양국 간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문 의장의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 존엄 및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에 따라 일본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언급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과거사 문제는 과거사 문제대로 지혜롭게 해결해 나가면서 미래지향적 양국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일본 측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침략전쟁이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는 것과 달리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2015년부터 매년 일본의 패전일(8월 15일)에 “과거를 돌이켜보며 깊은 반성과 함께 앞으로 전쟁의 참화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혀왔다. 아키히토 일왕은 내년 4월 퇴위, 현 나루히토(德仁) 왕세자가 내년 5월 1일 즉위한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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