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2-11 09:55
[매경데스크] 쪼개는 김정은 모으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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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쪼개기의 명수다. 강자와의 협상에서는 쪼개는 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도 쪼개기로 일관했다. 핵탄두, 핵시설, 미사일, 핵 리스트, 핵 기술자 등 북한이 협상에 활용할 수 있는 카드는 잘게 쪼개 놨다. 각각에 대해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할 만반의 준비도 갖췄다. 핵시설을 없애는 대신 체제 보장을 요구하고, 경제 지원을 전제로 미사일 시설을 파괴하는 식이다. 비핵화 시기를 최대한 늦출 수 있고 각 단계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으면 협상을 중단시키고 그 탓을 상대방에게 돌린다. 수십 년간 북한은 이 같은 방식을 되풀이했고 쪼개기 전술은 경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으기의 달인이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모아 한 방에 문제를 해결한다. 그는 협상을 할 때 크게 생각하고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협상 중에 상대방이 예측하지 못했던 것을 갑자기 들이대 상대를 당황시키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데 탁월하다. 한국과 무역협상을 하면서 미군 철수를 들고나와 이익을 챙겼다. 관세 문제로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군사적 목적의 기술 탈취를 걸고 넘어졌고 중국 기업 화웨이 제재를 위해 유럽 국가를 총동원했다. 과거 부동산 업자 때부터 다져온 모으기 기술은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2월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될 미·북정상회담도 쪼개기와 모으기의 싸움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과정을 최대한 쪼갤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쪼개는 단계와 시간을 최대한 줄이려고 할 것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지난주 실무협상을 통해 비핵화 각 단계에 상응하는 보상 리스트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마지막 남은 미·북 정상 간 담판에서 이 단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최대 관건이다.

두 사람의 담판은 향후 그들의 운명과 직결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의 단계와 시간을 대폭 줄이면 정권의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는 위기감에 싸여 있다. 반면 2020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쪼개는 단계가 많아지고 기간이 길어지면 협상의 실익이 없다. 이번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김정은에게 놀아났다'는 비판과 함께 정권의 레임덕도 가속화될 게 뻔하다.

미국 내에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과 국제 제재로 경제가 파탄 지경에 이른 김정은 위원장 모두에게 협상 합의문은 절실해 보인다. 그래도 '쪼개기'와 '모으기'를 서로 고집하는 한 한쪽의 입장이 일방적으로 관철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이번 협상은 서로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쪼개놓은 비핵화 단계를 줄이고 적절한 보상을 제시하는 선에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라는 명분을 얻고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시나리오다. 정상회담 한두 번 했다고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리 없고 자신의 운명도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만들어 줄 수도 없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역사에 기록될 회담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성과를 과장하는 것은 금물이다.

걱정은 오히려 다른 곳에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1박2일 동안 김정은 위원장을 어르고 달랠 수많은 카드가 들어 있다. 거기엔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철수 등 우리의 안위와 직결된 것들도 포함됐을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 어떤 카드를 꺼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지난해 6월 1차 미·북정상회담에서는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한국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꺼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전력도 있다. 성과에 급급해 이번엔 더 센 카드를 내밀지 모를 일이다. 북한의 비핵화 과정을 적당히 쪼개고 모으는 걸로 결말이 나고 한국이 장기판의 말처럼 그들의 협상 카드로 활용된다면 최악이다. 독대를 통해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결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 때문에 더 불안하다. 남은 기간 우리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막아야 할 점은 바로 이것이다.

[노영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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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학제 의료진이 환자 대면 협진
아시아 대표 NGS센터 기반 연구
환자의 다양한 샘플 10여 년 축적
특성화 병원 탐방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암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지만 3, 4기 암 환자나 중증·희귀난치성 암 환자에게 암은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진단·치료 성공률이 높지 않고 재발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이런 암 환자일수록 정밀하고 다각적인 환자 분석과 이에 따른 맞춤 진단, 치료 방향 결정이 뒷받침돼야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난도 높은 암 환자에게 맞춤 치료를 제공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견고하다. 또 이를 운용하는 각 분야 의료진의 협진 시스템이 탄탄하다. 환자 중심의 전인치료로 암 환자를 치유하는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을 찾아갔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대장암센터 의료진이 대장암 재발로 의심되는 환자 황모씨에게 영상 촬영 결과를 보여주며 여러 과가 함께 논의한 치료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지난달 30일 오후 1시, 서울성모병원 3층 암병원 회의실에 대장암 환자 황모(52)씨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부인과 함께 들어왔다. 2017년 대장암 3기말로 수술한 뒤 지난달 중순까지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혈액검사에서 대장암 재발을 추적하는 종양 표지자인 태아성항원(CEA) 수치가 높아졌다. 회의실에는 대장항문외과·종양내과·영상의학과·종양방사선과 등 대장암센터 협진팀 6개과 의료진 6명이 황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크린에 황씨의 영상 촬영 자료가 올라왔다. 황씨의 주치의인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인규 교수는 “CEA 변화와 PET-CT(양전자 컴퓨터단층촬영기) 결과에서 재발이 의심됐지만 여러 영상 촬영 검사와 수치 변화를 종합 분석하니 재수술이나 항암 등 다른 치료에 들어가기보다는 일단 CT 촬영과 CEA 수치로 추적 관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종양내과 이명아 교수는 “CEA 수치가 수술 전에 정상이었고 항암치료 중에 높아졌지만 이후 별다른 치료 없이도 떨어졌으니 일단 지켜보자”고 덧붙였다. 황씨는 의료진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최근 활동량이 좀 많아지고 잠도 줄었는데 이게 혹시 재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의료진은 “활동량이나 수면시간이 재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므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면 진료는 10분 정도 이어졌다. 황씨는 “각 분야의 실력 있는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궁금한 것을 답해주니 신뢰가 가고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대장암 협진팀은 황씨와 대면하기에 앞서 황씨의 케이스를 주제로 10분가량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의료진은 “환자가 흡연을 하느냐” “재발이 의심되는 부위의 과거 영상 자료를 다시 한번 보자” “MRI(자기공명영상촬영)를 해보는 건 도움이 되느냐” 등 다각적 논의를 이어갔다. 이인규 교수는 “황씨의 경우 수술 전 워낙 진행된 상태였고 재발 가능성이 높았다”며 “하지만 단순한 결과 하나만으로 재발 여부를 단정짓기에는 모호한 케이스였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여러 과 의료진의 관점에서 논의한 끝에 황씨에게 적합한 추적 관찰 방법과 향후 치료 방향 등이 나올 수 있었다.

의료진·환자 의사소통으로 신뢰 쌓아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이 중증 암 환자의 치료 결과를 끌어올리는 배경은 첫째로 황씨의 사례와 같은 다학제 대면 진료다. 암 환자의 진단·치료에 관련된 여러 임상과 전문의가 다양한 의견을 모아 환자에게 이상적인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환자의 중증도가 높을수록 환자의 다양한 장기 상태를 여러 과 의료진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치료 계획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별로 자유로운 의견을 교류하고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병원 문화가 자리 잡혀 있다.

둘째는 연구 인프라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 인증을 받은 아시아 대표 차세대염기서열(NGS)센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면역항암제·세포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기존에 입증된 암 치료 표준 진료 프로토콜을 넘어 정밀의료를 근간으로 한 맞춤 치료에 집중한다. NGS는 종양조직·혈액을 분석해 수십 개에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확인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는 기술이다. 영상 촬영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종양 수치가 올라갔을 때 암세포에서 떨어져 나온 미세한 DNA를 혈액에서 검출하는 기술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이지열(암병원 연구부장) 교수는 “치료 계획을 도출하기 어려운 중간 단계의 암은 매번 조직 검사를 하기 부담스럽고 암 환자는 치료 중 유전자가 변한다”며 “이럴 때 매번 조직 검사를 하는 대신 피·소변 같은 체액으로 유전자를 검사하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고 여러 키트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피·소변 활용한 유전자 검사 기술 연구

암병원 세포치료센터는 중증 난치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새 치료법을 선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림프종이다. 림프종 중에서도 예후가 좋지 않고 재발이 잘 되는 이비바이러스(EB virus)에 의한 림프종 환자에서 면역 세포인 T세포를 분리해 암세포에 대항할 수 있도록 실험실에서 만든 다음 다시 환자에게 이를 다량으로 이식하는 방식이다. 임상에서 재발률이 0%일 정도로 성과가 좋다. 또 골수이식 환자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거부반응(이식편대숙주병)에 대항하는 줄기세포를 키워 환자에게 이식해 거부반응을 줄이는 시험도 하고 있다.

암병원이 첨단 연구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배경에는 그간 축적한 다양한 데이터가 있다. 서울성모병원이 중심인 가톨릭 바이오뱅크 네트워크 시스템은 가톨릭 산하 8개 병원의 암 환자 조직이 모여 있는 인체유래물 은행이다. 이지열 교수는 “환자의 다양한 샘플은 유전자 맞춤 치료 등 정밀치료의 기본 도구”라며 “일례로 전립샘암센터는 12년 전부터 전립샘은행을 만들고 환자의 샘플을 모으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환자 샘플은 임상 정보, 영상 자료, 병리 데이터와 종합적으로 분석된 뒤 치료 현장에서 응용된다. 이지열 교수는 “이미 병리과에서는 컴퓨터가 학습을 기반으로 암 부위를 찾아내고 암의 악성도 점수를 매기고 있다”며 “디지털 패솔로지라고 하는데 기존 영상장비 촬영으로 명확히 진단이 안 돼 놓치던 진단 오차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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