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1-16 17:08
대한민국의 경제자살행로 , 문제인 죽일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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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제아무리 겪어보아도 자신조차도 모른다.=

 

예로부터 전하는 물은 건너보아야 알고 사람은 겪어보아야 안다.”는 속담이 있는데,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無常)한 자연(自然)의 관점에서 보면, 물은 건너보지 않아도 알지만, 사람은 제아무리 겪어보아도 자신조차도 모르는 존재이기에, 맞지 않는 말이다.

 

섬진강에서 젊은 청춘을 보내고, 늙어서 다시 섬진강으로 돌아와 강가에 앉은 내가 깨달은 것은, 지혜로운 이는 물을 건너보지 않아도 강물의 흐름과 깊이를 알지만, 사람은 제아무리 겪어보아도 끝까지 모른다는 것이다.

 

강물과 사람 모두 끊임없이 변하는 무상한 존재이지만, 물은 그 흐름과 변화의 속도가 일정한 연유로 예측이 가능한 까닭에, 지혜로운 이는 물을 보면 대님을 풀어 바짓부리를 걷어붙이고 건널지, 아니면 사공을 불러 나룻배를 타고 건널지를 안다. 마치 어부가 반짝이는 물결만을 보고서, 무슨 고기들이 오는지를 알고 그물을 던지듯 아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아무리 겪어보아도 알지 못하고 끝까지 모르는 것이 사람이다. 왜냐 하면 무위자연의 세계에서 보면, 매 순간 스스로 느끼고 움직여 변하는, 마음이라는 온갖 조화를 부려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여의주(如意珠)를 가진 사람은, 제아무리 겪어보아도 알 수가 없고 끝까지 모르는 존재다.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한 평생을 같이 산 부부도, 만난(萬難)을 함께 겪어온 친구도, 서로가 저는 나를 이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 속에서, 안다고 착각하는 것일 뿐, 실상은 서로가 서로를 모르고 살다, 모르고 죽는 것이 사람이다.

 

정초부터 촌부의 말이 너무 극단적이고 비관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예를 들어 사랑하는 이와 함께, 또는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가거나 또는 외식을 할 때, 가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이, 서로 의논하지 않아도 이심전심으로 일치한 적이 몇 번이나 있는지를,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정말로 삭막한 비유를 하나 더 든다면, 날마다 같은 밥을 지어 한 상에서 나눠먹는 형제자매는 물론 술값이야 누가 내든 언제고 편하게 만나 술을 나눠 마시는 죽고 못 사는 벗이라 하여도, 만일 그들에게 로또 복권이 1등으로 당첨된다면, 음식을 나눠 먹듯, 즐겁게 술잔을 비우듯, 그 상금을 그렇게 나눠줄 형제자매가 있고, 친구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사람은 끝까지 모른다는 촌부의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서로가 그럴 것이라는 착각 속에서, 그럴 것이라고 이해하고 배려하며 살뿐, 매 순간 천변만화를 일으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그 어떤 능력자도 그 사람의 실상을 알 수 없는 것이고, 끝까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점쟁이들은 사람의 사주를 보아 안다고 말하고, 사람들은 그걸 믿고 엎드리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세상 어리석은 일인가.

 

밝힐 수는 없지만, 엊그제 정월 초하루 그러니까 11일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촌부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하는 그가 그렇게 변할 줄을 몰랐다고 가슴을 치며, 그의 마음을 되돌릴 방법이 없느냐고 몇 번을 되물었던 이가 있었는데........

 

처음 어떤 마음에서 어떻게 얽힌 사랑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세상으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그 남자가, 그렇게 변할 줄을 몰랐다는 것이야 그렇다고 하겠지만, 그럼 오늘 자신이 그 남자 때문에, 이렇게 가슴을 치며 아파할 줄은,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을 여기에 던진다.

 

사람의 일은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하며, 심지어 자신이 내일 어느 길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알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기에 하는 말이다.

알기 쉽게 설명하면, 소에게는 맛있는 풀이 필요하고, 돼지에게는 구정물이 필요한 것인데, 소에게 깨달으라며 경을 읽어주고, 돼지에게 경전을 주면서, 소와 돼지가 깨달을 것이라고, 내가 저를 사랑한 만큼 저도 나를 사랑할 것이라고, 그런 착각에 빠져 헤매는 것이 우리네 사람이니, 바로 소와 돼지보다 더 어리석은 것이 사람인 우리들 자신이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서 상대가 문제가 아니고, 상대를 잘못 착각한 자신이 문제라는 말이다.

 

나 역시 사람을 상대한 일들을 돌이켜보면, 소와 돼지에게 경을 읽어주고 경전을 주면서, 좋아라한 내가 어리석었다는 생각뿐 그것 뿐, 언제나 사람의 앞에서는 그가 내 조언을 알아들었을 거라는 착각에 빠져버리는, 내 어리석음을 매번 확인하면서 가슴을 칠뿐이다.

 

끝으로 게재한 사진은, 오늘 오후 장에 가는 길에 스마트 폰에 담은 것으로, 여름부터 지금까지 내내 나를 유혹하던 구례읍 봉남리 어느 댁 담벼락에 핀 장미꽃이다.

 

비록 모진 한파에 꽃잎이 통째로 얼어 말라버린 장미지만, 똑같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안테나와 장미꽃을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 무궁한 우주에서 매 순간 접시 안테나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고, 장미꽃이 바란 것은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 있느냐는 것이다.

 

섬진강은 안개를 삼키지 못한다.

201913일 박혜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