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9-01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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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고향이 인터넷에서 본 북한처럼 돼가고 있었어요. 너무 두려웠습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차를 타고 남서쪽으로 30분, 한적한 소도시 하트네(Hatne)에 위치한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한 보호 시설에서 만난 파블로(18)는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의 고향 마을에서 탈출해 나왔다고 했다. 사실상 전장(戰場)을 가로지르는 위험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있다간 러시아 본토로 끌려가 강제 입대를 당할 청약저축 상황이었다. 러시아 점령 치하에서 보낸 2년 반은 상상하기 힘든 일의 연속이었다. “우크라이나어 책들이 운동장에서 모두 불태워졌어요. ‘우크라이나는 나치’라고 반복 교육을 받았고, ‘러시아의 위대함’을 배우자며 군사 캠프(U-Army)에 보내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싫은 기색을 보이면 ‘우크롭(우크라이나인을 조롱하는 말)’이라며 따돌림을 당했고요.”
    은행대출이자비교캠프에선 붉은 스카프를 매고 구(舊)소련 군가를 배워 불렀다. 소총 사격과 수류탄 사용법, 총상 응급처치 등의 훈련이 이어졌다. 대학에 등록하지 않으면 어김없이 징병됐다. “열여섯, 열일곱에 군에 입대한 이들도 있어요. 북한도 그렇다죠?.” 파블로의 부모와 동생 4명은 여전히 도네츠크에 있다. 그는 “전쟁이 우릴 이산가족으로 만들었다”며 “하루라 전세금안심대출 도 빨리 우리 가족들을 다시 만나 자유롭게 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이송·납치된 아동과 점령지에 남겨진 민간인 가족 구조를 전문으로 하는 민간 단체다. 여느 동네 빌라처럼 생긴 이 보호 시설엔 파블로처럼 러시아 점령지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해온 어린이·청소년과 여성 170명이 머물고 있었다. 이 보금자리론 중 상당수가 본토로 끌려간 경험이 있거나, 강제 입양 위기를 겪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보호시설에 마련된 구출 아이들을 위한 미술 수업 교실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시설 복도엔 형형색색 그림이 붙어 있 중금리 었다. 초록 들판 위에 그려진 파란 하늘, 국기를 손에 든 어린아이와 가족의 모습. 서툰 붓질 속에 아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마침 학교 수업을 마치고 건물 복도로 들어서는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더니, 겁을 먹은 듯 부리나케 어른들 뒤로 달려가 숨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전쟁으로 부모와 헤어져 위탁 가정에 있다 강제 입양될 뻔한 아이가 많다”며 “낯선 이에 대해 ‘붙잡혀 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여전히 많은 아이가 인근 전문 상담원에서 심리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위탁 가정에서 지내던 안드리(17), 다닐로(12), 알리나(10) 3명도 러시아 본토로 보내지기 직전 남부 헤르손의 점령지에서 극적으로 탈출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올레나(53)씨는 “점령 당국이 아이들을 강제로 러시아인으로 만들고, 내게서 빼앗아 입양 보내려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을 후견인으로 세우고, 러시아 국적 등록을 하게 하는 한편, 러시아 당국이 운영하는 학교에 강제로 보내도록 압박했다고 한다. 이를 거부하자 바로 “경찰에 끌려가 모진 조사를 받을 것”이란 협박과 “협조하면 큰 상금을 주겠다”는 회유가 이어졌다.
    그는 “계속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보내다, 어느 날 ‘도저히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밤중에 자신과 아이들의 짐을 몰래 싸서 집을 나섰다. 길에서 마주친 경찰과 러시아 군인들에겐 환한 웃음을 지으며 “정부에서 준 돈으로 크림 반도에 놀러 간다”고 했다. 이윽고 세이브 우크라이나 측 사람을 만나 벨라루스로 갔고, 그곳에서 다시 우크라이나로 들어왔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자마자 그리로 뛰어가 환호하더라”며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이렇게 소중하다”고 했다.



    키이우 외곽 하트네에 위치한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아동 보호 시설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러시아 점령지에서 구출되어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보호 시설에서 지내는 어린이들 /세이브 우크라이나 제공


    인터뷰는 아이들의 심리적 타격을 우려해 17세부터 가능했다. 루한스크의 점령지에 살다 올해 초 탈출한 이반(18)은 “영토 양보를 조건으로 한 평화 협정 소식을 접하면서 우크라이나도 남·북한처럼 되는 게 아니냐는 생각들을 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도 두 나라로 갈라져 자기 같은 이산가족이 양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역시 “지금 점령지 상황은 정말 북한 같다”고도 했다. “여행이나 이사는 물론이고, 영상 전화도 마음대로 못 합니다. 남아 계신 어머니는 많이 편찮으신데, 약을 구하지도 못해요. 북한과 다를 게 하나도 없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 정책이 실제 북한을 모델로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강력한 주민 통제,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군사 동원, 청소년을 대상으로 ‘위대한 조국 러시아를 위해 희생하라’는 세뇌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여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지서 탈출한 소피아(17)는 “러시아 군인들이 교실에 들어오더니, 무기를 쥐여주며 ‘앞으로 러시아를 위해 싸우라고 했다”고 했다. 여름방학엔 ‘바닷가 여름 캠프’란 곳에 강제로 보내졌다. 새벽 5~6시에 기상해 구보와 행군, 참호 파기, 진흙 속 포복, 지뢰밭 통과 훈련 등을 했다. 소피아는 “교관들은 우릴 ‘미래의 러시아 병사들(부두시예 솔다티 로시이)’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의 아동 보호시설에서 도네츠크 출신의 파블로(18·왼쪽)군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고 있다. /키이우(우크라이나)=정철환 특파원


    미콜라 쿨레바 세이브 우크라이나 대표는 “현재 우크라이나 전체 어린이의 20%가 러시아군 치하에서 극심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며 “세상에 알려진 건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 러시아 당국이 이른바 ‘보호 중’이라고 밝힌 점령지 아동은 73만 명이다. 쿨레바 대표는 “이 중 우리가 되찾아 온 아이들은 이제 겨우 780명”이라며 “나머지 아이들은 강제 입양과 러시아화 세뇌 교육을 통해 부모로부터 강제 분리되고 있다”고 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 측은 “한국이 겪었던 수십만 이산 가족의 슬픔이 우크라이나 땅에서 재연되려 한다”며 “(평화 협상에서) 납치 아동, 이산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한국이 도와달라”고 했다.
    ☞세이브 우크라이나
    우크라이나의 민간 구호 단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내전을 일으킨 2014년부터 전쟁 피해 여성과 어린이를 돕는 일을 해왔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부터는 러시아군 점령지에서 납치와 강제 입양 위기에 몰린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등을 구출하는 활동을 해왔다. 2023년 만해 평화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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